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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팅: 실 리프팅, 실을 알면 길이 보인다!/ 실의 연대사 (소설)

2016.06.10 Hits(3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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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실 리프팅에 쓰이는 다양한 실들에 대해 알아보려 해요. 실 리프팅의 역사는 ‘실’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실제 어떤 실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시대가 계속해서 바뀌어 왔거든요. 그래서 야심차게 준비했습니다! 대서사 액션 ‘실’ 버라이어티, 사도무문(絲道無門)!

사도무문(絲道無門)

실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道理)나 정도(正道)에는 거칠 것이 없다

  때는 보톡스와 필러가 피부 미용가를 점령한 시절. 마치 중국 5호 16국 시대가 재림한 듯 전국 각지의 병원들이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피부 미용 호사가들은 더 싸고 더 좋은 보톡스와 필러를 찾기 위해 각종 병원을 찾아다녔고, 병원들은 이들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모두가 보톡스와 필러에 혈안이 되어 있는 바로 이때. 피부 미용가 한구석에서 실 리프팅이 조용히 기지개를 켰다. 

  처음 실 리프팅 시술을 고안한 건 한방계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매선 요법을 이용하여 다양한 치료에 활용하고 있었다. 매선(埋線)이라 함은 말 그대로 ‘선을 묻는다’라는 뜻이다. 그 진위를 알 수는 없으나 예로부터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일찍이 침의 전설로 알려진 장백산 한방 선사가 자기 모친의 노화를 안타까워한 나머지 그녀의 몸에 침을 찌를 때 실을 함께 넣는 신기(神技)를 선보였던 게 그 시초라고 한다. 놀랍게도 장백산 한방 선사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도력(道力)으로 모친의 몸에 실을 넣으면 그녀의 몸이 활력을 되찾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장백산 한방 선사는 자신의 이 비기(秘技)를 ‘매선침’이라 불렀는데, 그에게 수학했던 김 아무개가 하산하는 즉시 스승의 이 비기를 이용하여 떼돈을 벌었다. 원래 장백산 한방 선사는 매선침에 모친의 삼베옷에서 빼낸 실을 사용했는데, 김 아무개는 실에 금을 두른 ‘금실’을 사용하여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고 한다.

  한방계가 매선침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자 양방계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방계에 ‘침’이 있다면 양방계에는 ‘바늘’이 있었다. 그들은 바늘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피부 밑에 실을 넣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들은 한방계를 모방하여 금실을 사용하거나 혹은 그냥 나일론실을 썼다. 하지만 이 실들은 부작용도 많고 효과도 그리 크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실에 미세한 돌기가 달린 압토스(Aptos)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압토스 실은 폴리프로필렌 성분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실을 피부 밑에 넣으면 돌기가 피부를 당겨주어 피부가 탱탱해졌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한방계와 양방계 모두 실 리프팅에 전력을 기울이진 않았다. 실 리프팅에 분명 미용 효과가 있었으나 그 효과가 발생하는 정확한 원리를 알지 못했고, 게다가 사람들이 자기 피부 아래 실이 있다는 걸 기분 나빠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실을 넣었던 이들이 나중에 다시 찾아와서 빼달라고 하는 일이 빈번했다. 심지어 실이 너무 얕게 들어간 나머지 피부 바깥으로 실이 비쳐 보이는 일명 ‘실뱀 현상’도 비일비재했다. 

  아직 진정한 실이 나타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몇몇 이들이 ‘궁극의 실’을 찾으려고 애썼으나 너무 스트레스 받은 나머지 자기 머리에서 마치 실이 빠지듯이 쑥쑥 빠지는 머리카락을 볼 뿐이었다.   

  상황이 바뀐 건 녹는 실이 개발되면서부터이다. 일명 POD(Polydioxanone)라 불리는 실이었다. 이 실은 인체에 무해한 단백질로 만들어져서 체내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녹아서 없어졌다. 원래 외과 수술에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된 이 ‘녹는 실’은 실 리프팅 시장에 격변을 일으켰다. 이때부터 바야흐로 사도무문(絲道無門)의 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겠다. 

  실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道理)나 정도(正道)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의 사도무문은 순식간에 한방계와 양방계 모두가 따라야 할 지침이 되었다. 그들은 실 리프팅에 보다 좋은 실을 찾기 위해서 발 벗고 나섰다. 그리하여 그들이 발견한 실이 울트라V리프트 실이었다. 그들은 삼고초려 끝에 재야에서 조용히 실의 길을 가고 있던 울트라V리프트를 모셔올 수 있었다. 



  울트라V리프트는 천성이 선해서 사람들의 몸에 들어가서도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았고, 또한 김삿갓 기질이 있어서 적당한 시간을 머물다가 알아서 사라졌다. 사람들은 인체에 무해하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는 울트라V리프트에 열광했다. 

  중생(衆生)의 호응에 응답하듯 울트라V리프트는 피부 밑에서 열심히 피부 조직을 자극했고, 자극 받은 조직은 이 괘씸한 침입자가 조직을 자극할 때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며 끊임없이 대항했다. 하지만 이 ‘신상 조직’은 울트라V리프트가 자연스레 녹아 없어지면서 더 이상 생산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울트라V리프트가 사라질 때마다 병원에 찾아가서 다시 넣어야만 했다. 그들은 울트라V리프트가 마음에 들면서도 너무 빨리 사라진다고 투덜거렸다. 게다가 울트라V리프트는 본디 백면서생인지라 몸이 가늘고 밋밋했기 때문에 쌩쌩한 신상 조직을 얻으려면 지나치게 많이 넣어야만 했다. 밋밋하다 보니 리프팅 효과도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언제인가부터 울트라V리프팅을 모노실, 즉, 단순한 실이라고 놀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원했다. 나에게 더 강하고 오래가는 실을 다오! 


  그러자 회오리V리프팅이 등장했다. 회오리V리프팅은 날 때부터 꼬여서 태어난 실이었다. 남들은 그에게 장애가 있다고 수군거렸으나 그는 그런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장애를 피부 미용가들을 위해 쓰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회오리V리프팅이 피부 밑으로 침투되기 시작됐다. 회오리V리프팅은 피부 밑에 들어가면서 조직의 저항 때문에 일자로 펴졌으나, 원래 꼬인 채로 태어났기 때문에 다시 꼬아지려고 했다. 이 위대한 관성의 힘이 피부 조직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피부 조직은 하는 수 없이 울트라V리프팅이 침입했을 때보다 더 부지런히 일해야 했다. 그러자 더 파릇파릇한 신상 조직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당연히 회오리V리프팅에 열광했다. 회오리V리프팅은 울트라V리프팅보다 더 두꺼워서 더 적게 넣어도 되었고, 또 더 두꺼우니 더 오래갔다. 심지어 미약하긴 하지만 실 자체가 피부를 리프팅하는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좋은 것을 갖다 주면 더 좋은 것을 원하는 게 사람 아니던가. 그들은 금세 회오리V리프팅보다 더 강하고 더 오래가는 실을 원했다. 

  사람들의 욕망이 힘을 발휘했던 걸까. 구세주처럼 오메가V리프팅이 등장했다. 오메가V리프팅은 몸에 돌기를 매달고 태어났다. 일명 코그(Cog)로 무장한 이 실은 생긴 것부터 강해 보였다. 왕년에 60억분의 1로 불린 표도르는 저리 가라였다. 



  오메가V리프팅이 피부 밑으로 들어가자 피부 조직은 난리가 났다. 회오리V리프팅이라는 강한 상대를 잘 처리했다는 승리감에 취해서 놀고 있었기에 급작스런 강자의 등장에 혼비백산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직은 포기하지 않았다. 온 힘을 짜내서 오메가V리프팅에 대항했다. 그러자 이제까지 본 적 없던 최고의 신상 조직이 생산됐다. 

  사람들은 오메가V리프팅에 열광했다. 오메가V리프팅은 회오리V리프팅보다도 두꺼웠다. 그래서 더 적게 넣어도 되었다. 더 두꺼우니 당연히 더 오래갔다. 게다가 실 주위에 달린 돌기들이 피부를 갈퀴처럼 잡아당겨서 끌어올려 주는 효과도 있었다. 이로써 사람들은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한방계와 양방계 모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잠시 잠잠해졌다고 해서 놀고 있는 건 사도무문의 길을 걷는 실로서 할 짓이 아니었다. 전국 각지의 실들은 계속해서 자신을 강하게 단련시켰다. 두 가닥으로 얽혀서 더 큰 회오리를 만들거나(트윈 리프팅), 꼬인 몸에 돌기를 덧붙이거나(마이다스 리프팅), 돌기 모양을 장미 가시처럼 하거나(블루로즈 리프팅), 실끼리 가로세로로 합심하여 하나의 망(網)이 되기도(메시 리프팅) 했다. 또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금을 두른 실도 있었고, 콜라겐이 더 많이 생성되도록 몸에 특수 성분을 바른 실도 있었다…….

  들리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서인가 자기 몸을 부단히 단련하는 실의 소리가. 그러니 안심하라. 사도무문(絲道無門)이 계속되는 한 실 리프팅의 역사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끝.


  지금까지 대서사 액션 ‘실’ 버라이어티, 사도무문(絲道無門)을 보셨는데요. 어떠신가요? 오늘도 바비님들을 위해 부단히 애쓰는 실의 소리가 들리시나요?^^ 

  글을 마치기 전에 한 가지 당부 말씀드리려 해요. 바로 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실을 사용하는 사람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옛말처럼, 아무리 다양하고 좋은 실들이 많아도 그걸 어떻게 우리 몸에 넣느냐에 따라 보배가 되기도, 그냥 배가 되기도, 심지어 돌배가 되기도 한다는 점 꼭 명심하세요. 그럼 사도무문이 계속되길 바라며 오늘도 비비디 바비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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